멘토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질문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A 대학교 4학년 1학기 재학 중인 우주과학/응용화학 다전공생입니다.
©Tyler Callahan
멘토님. 저는 생물학, 화학에 대한 지식, 영어에 대한 강점을 기반으로 MR로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MR로서의 어러움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특히 여자로서 겪는 어려움과 추가로 필요한 역량이 궁금합니다.
멘토님의 소개글에 적혀있는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마인드셋, ‘내게 맞는 직무’에 대한 고민까지 모두 나누고 싶습니다." 이 부분도 함께 얘기 나누고 싶습니다.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찾아보시는 모습에 박수를 드립니다. 생물학, 화학, 영어에 대한 강점을 기반으로 MR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질문의 영역이 넓다 보니 답변도 좀 길어질 것 같아요. 제가 드리는 모든 답변들은 저의 경험,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에 기반한 것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Pawel Chu
피트 준비도 하셨고, 영어도 잘하시는 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계 제약업계 취업을 생각하게 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저 역시 취준생 때 실수했던 부분 중 하나가 '직무보다 업계를 중시한 점'이었기 때문에, 업계도 업계지만 본인이 지원하려는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체크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약 영업이라고 하면 보통 제약업계에 관련된 전공이나 배경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면 반반인 것 같습니다. 제 소개에서도 읽으셨겠지만 저는 문과생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라는 직무에서 일하고 싶어 제약업계에 오게 되었고요.
멘티님처럼 제약 관련 전공을 가진 분들이나 약사가 계시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약학 관련 전공 지식을 가진 사람이 영업을 더 잘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결국 제약 영업이란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제품(=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이니, '영업' 직무로서의 역량과 적성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약학 관련 지식이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영업사원은 결국 고객으로부터 우리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하게 함으로써 회사의 매출을 올리는 역할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영업 사원에게 필요한 역량은 뭘까요? 딱 세 가지만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저는 목표 지향성, 실행력, 책임감이라고 답변드릴 것 같습니다.
1) 목표 지향성 : 주어진 세일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고객을 분석하고, 그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우리 제품의 세일즈를 증대할 수 있도록 목표에 집중하는 목표 지향성이 중요합니다.
2) 실행력 : 영업사원은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에 따라 실제로 고객을 만나고 필드에서 그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결과를 내는 역할입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연구하기보다는 빠르고 대담하게 실행하는 실행력이 더 필요합니다.
3) 책임감 : 본인이 맡은 거래처에 대해 두터운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합니다. 영업사원 대부분은 혼자 거래처에 가서 고객들을 만나고 영업 활동을 해나가기 때문에, 자신이 그 거래처에서는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사장'이라는 생각을 하고 일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부분이 있겠지만, 멘티 님이 그동안 했던 경험들에서 위와 같은 역량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 부분을 위주로 자기소개서, 면접을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Toa Heftiba
제가 취준생 시절에 고민했듯 멘티님도 기존에 들어온 많은 이야기들 때문에 고민이 되실 것 같아요. 저도 이 일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어느 일이든 다 힘들다. 내가 좀 더 잘 맞고, 잘 할 수 있는 일로 나아갈 뿐이다.'라는 거였어요.
어떤 직무든 힘든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포인트들도 있어요. 또한 여자에게 맞는 직무, 혹은 여자가 하기 좋은 직무 같은 건 없습니다. 특정 업계의 특정 직무에 특정 성별의 비율이 높을 순 있지만, 그 안에 있는 모두가 성별 때문에 그 일을 선택하진 않았을 거예요. 이 일로 인해서 힘든 것보다 좋은 게 많다면, 그래서 그 일을 계속 해나갈 원동력이 생겨난다면 그 일을 쭉 하면 돼요.
영업 직무 특성상 사람들에게 거절당하는 일이 익숙해져야 하고, 때론 실적 압박도 있지만 적성에 잘 맞기만 한다면 그보다 좋은 점들도 많습니다. 활동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업무를 한다는 점, 이상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는 점(사실 내근직에 있더라도 이상한 사람과 좋은 사람은 어디에든 있지요), 내 성과가 명확하니 내가 한 일에 대해 충분히 인정과 보상을 받는다는 점, 거래처만 잘 관리한다면 눈치 보지 않고 연차를 쓸 수 있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저는 영업을 하면서 힘든 부분보다 좋은 부분이 저에게 훨씬 더 가치가 있어, 이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로 회사 by 회사, 사람 by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리 일이 잘 맞았더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이 힘들었다면 오래 못 버텼을 수도 있고요.
또한 여자로서 영업하면서 힘든 부분은, 여자로서 세상을 살면서 힘든 부분과 동일합니다. 그건 남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취준생 분들에게서 여러 번 들었던 질문이 '여자 영업사원이다 보니 남자 고객들을 대할 때 어렵거나 불편한 적은 없었나요?' 였는데요. 그때 저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고객도 사람이라, 이상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빌런은 가까이에 있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어요..."
남자든 여자든 사회생활하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불편한 상황은 있을 수 있잖아요? 영업 사원으로서 고객 대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남자 영업사원이라고 해서 고충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직무든 다들 각자의 어려움과 고충이 있어요.
덧붙이자면, 요즘은 여자 영업사원들도 꽤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제가 속한 영업팀의 남녀 비율이 극단적으로 9:1인 적도 있었지만 많게는 5:5까지도 늘어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속한 조직과 여기에 드나드는 사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더라고요. 중요한 건 그 어떤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배우고, 좋은 성과를 내고, 스스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려는 태도이겠지요.
마찬가지로 여자로서 추가로 필요한 역량 같은 것도 딱히 없습니다. 그냥 멘티님 그 자체로, 지원하려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그 직무에 적성이 맞을지를 중심으로 고민하면 그만입니다.
제약 영업에 가지 않으시더라도,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답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건승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