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노하우 (2) 상품기획자 MD
본 글은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사견이며, 재직 중인 기관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약 9년간 롯데마트를 다닌 작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연재 방식으로 글을 올립니다. 저는 롯데마트에서 토이저러스팀에서 완구 MD로 재직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을 포함해 약 3년 간 경험을 토대로 본 편에서 MD 직무를 소개합니다. 단, 저는 오프라인 MD로 재직했기 때문에 온라인 MD가 하는 일과 상당부분 다를 수 있습니다.
1. 상품기획자, MD는 누구인가?
MD는 한 마디로하면 "유통사가 판매할 상품을 선정"하는 직무입니다. 다만, 조직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다양합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특정 상품 A가 고객이 결제하기 전까진 인터넷 쇼핑몰 올려져 있거나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때, 쇼핑몰 업체나 오프라인 유통사에 근무하는 누군가가 상품 A를 선정해야 합니다. 그 결정권자가 MD입니다.
2. MD의 업무는 어디까지인가?
MD의 업무는 조직의 문화와 운영 방식마다 다릅니다. 일단 상품을 매입하면 고객에게 판매되거나 폐기되기 전까지 기업이 책임져야 합니다. 매입부터 판매/폐기가 되는 프로세스 중에 MD에게 일임하거나 타부서에 위임할지는 기업에 따라 다릅니다.
먼저, 상품은 "선정-매입-진열-판매+프로모션+재고관리-취급 중단"의 큰 흐름을 따릅니다. MD는 우선 상품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과거 데이터, 계절적 요소 등을 참고해 매입 시점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매장의 어느 장소, 어느 카테고리에 진열할지 결정합니다. 기회가 생기거나 필요에 따라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를 높이고, 필요하면 적정한 재고를 유지하도록 재고관리에 신경씁니다. 인기가 시들하거나 논란 등으로 더 이상 취급이 힘들어지면 취급 중단 결정을 내립니다.
각 단계에서 MD가 주관이 되어 책임지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타부서가 대신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MD가 전체 과정에 책임지는 만큼 업무가 효율적이지만 업무가 많아 힘들 수 있습니다. 후자의 상대적으로 타부서가 대체하기 때문에 그 만큼 의사 결정 부담이 절감되지만 부서간 갈등으로 전체적인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부서 이기주의와 책임 소재 전가 문제로 결국 회사는 보수적이고 도전 정신을 잃습니다. 어떤 프로세스가 좋은가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묻는다면, MD가 전체 과정에 책임을 갖는 프로세스가 더 효율적이라 생각듭니다.
3. MD는 언제가 제일 바쁜가?
MD의 업무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변수로 "계절적 요인"과 "명절"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설날-추석-크리스마스 등은 매년마다 반복되지만, 상품을 선정하고 기한까지 상품을 매입하고 진열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압박이 매우 큽니다. 선정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까다로울 수록 그 압박이 극대화됩니다. 하지만 2~3년 정도 같은 카테고리를 맡은 MD라면 사전에 준비 작업을 쉽게 마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MD의 경우, 점포를 오픈할 때 바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점포를 유사한 규모로 평이하게 오픈하는 경우 바쁘진 않지만, 회사에서 이슈를 만들기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일이 상당히 복잡해집니다. MD는 검증받지 않은 아이디어를 제안 · 추진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점포의 경쟁력 향상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MD는 좌절하고 더 이상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게 됩니다.
4. MD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역량?
MD는 우선 관심 이 많아야 합니다. 고객이 살만한 제품을 잘 고르기 위해서 맡은 분야(카테고리)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가령, 커피를 싫어하는 MD가 과연 좋은 커피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시스템적으로 MD의 역량을 보조할 순 있어도 근본적으로 MD가 관심이 있어야 넓은 시야로 다양한 상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MD는 협상을 잘해야 합니다. 이때, 협상력을 단순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납품업체는 MD처럼 나름의 목표와 니즈가 있습니다. 상대편을 이해하지 않고 MD의 권위를 앞세워 협상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계에 결코 좋지 않습니다. Win-Win 협상이 어렵지만 모두가 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슬기롭게 협상할 줄 알아야 합니다.
MD는 데이터 중심적 이어야 합니다. 상품을 매입하거나 중단할 때, 완벽하진 않아도 그 나름의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MD를 수행하다보면 매장 담당, 납품업체 담당 등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MD를 설득하려고 노력합니다. 로비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따라서, MD는 데이터에 입각해서 결정을 내린다면 각종 유혹을 뿌리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우겨봐도 데이터를 부정할 순 없습니다.
MD는 신뢰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MD는 상품 선정이라는 중요한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시점에서 미팅 당시의 약속을 뒤집는다면 납품업자는 물론 회사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MD는 자신의 권한을 잘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합니다.
5. MD 업무를 희망하는 지원자를 위한 조언
MD란 직무는 굉장히 역동적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인맥을 넓히는 등 나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MD의 실수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지 감시 · 견제하는 납품업자, 규제당국이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MD의 판단을 흐트리기 위해 각종 유혹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MD를 수행하는 지원자는 자기 관리에 신경쓰고 주변 관계자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자세를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본 에세이가 독자분의 진로 선택에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잇다 멘토 최성웅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