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제 참여]홍대리의 아주 평범한 하루.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불에서부터 습한 느낌이 든다.
여름이 왔다는 것을 이른 아침부터 느끼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가장 힘든 목요일인데 내 땀에 젖은 이불처럼, 내 몸도 물먹은 솜마냥 무겁다.
고양이 처럼 빠르게 샤워를 하고 곁눈질로 시계를 보니 7시 55분. 3분의 여유가 있다.
우유에 포스트를 말아 우드득 씹으면서 “남편~ 다녀올께~”하고 집을 나선다.
아직 아이 없는 신혼부부지만, 내가 회사가 더 멀어 더 빨리 나간다.
회사 까지 2번의 지옥철을 거져 에스컬레이터도 없는 지하철을 올라가면 햇볕이 쨍-하다.
벌써 땀이 송글송글 나올 것 같다.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킨다. 빠르게 사내 시스템에 접속을 하고 메일을 확인한다. 5개. 2개는 팀장님, 3개는 협력업체 메일이다. 팀장님의 메일 보낸 시간은 7시 25분, 8시 40분. 저 인간은 집에 안가고 맨날 저 시간까지 뭐하나 몰라 이런 말이 입에서 맴돈다.
팀장이 보낸 메일에 대한 일정 확인을 하고, 회신 메일을 보내니 오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차라리 이런 오전은 시간이라도 빠르게 지나가니 좋다.
오늘은 팀장님이 다른 팀장님과 따로 드신다고 11시 45분에 나갔다. 옆에 다른 대리님과 빠르게 눈을 주고 받고, 팀장님이 엘리베이터를 내려간 순간 입구로 향한다.
“오늘은 뭐 먹을까?”
라는 말을 하면서 회사 입수를 나오는 순간. 뜨거운 바람이 훅 분다. 숨이 턱 막힌다.
“덥다. 가까운데 가자”
여자 둘은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나 먹을 만한 식당 두군데를 지나쳤는데 벌써 줄 서있다.
“저 직장인들은 도데체 몇시에 나오길래 11시 58분인데 한참 먹고 있나?”
한숨을 푹 쉬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맨날 가던 곳만 가는 근처 식당이라 새로울 것도 없기 때문에 가까운 다른 곳을 빠르게 고민한다.
빠르게 밥을 먹고 어제 있었던 팀장님과의 미팅에 대해 이야기 한다.
팀장님은 종종 우리에게 정신교육을 하곤 한다.
열심히 해라. 그래야 평가를 잘 받고 월급도 많이 주고… 기승전야근예찬
우리는 월급도 고만고만하고, 그렇게 승진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내 할일 하면서 딱 요정도만 받고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일만 했으면 좋겠는데… 마음을 덜어 놓으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다시 훅훅 뜨거운 바람을 뚫고 회사 책상 앞에 앉는다. 1시의 화장실을 너무 핫플레이스니 20분만 있다 가야지 하고 밥먹기 전에 마무리 하던 부분이나 한번 슬슬 더 본다. 1시 20분 쯤에 회사 화장실을 갔지만… 여전히 핫플레이스다. 사람들 사이에 낑겨 이를 딱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간다.
무아지경처럼 아까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무한 엑셀, 무한 PPT작업을 반복한다.
팀장님이 안계셔서 팀장님 자리로 오는 전화는 족족 당겨받으면서 팀장님의 부재를 알린다.
옆옆에 있는 과장님은 그 사이에 담배피러 몇번을 왔다갔다 거리시는지 왔다갔다 할때마다 담배 냄새를 몸에 풀풀 풍기면서 들어온다.
4시쯤 되면 비축해 놓은 집중력을 다 써버리고 의욕이 사라지게 된다. 4시 5분, 4시 6분, 4시 7분…시간 더럽게 안간다.
회사 친구한테 메신저를 살짝 보내본다.
- (나) 시간 드럽게 안간다
- (동기) ㅇㅇ 진짜 안간다 뒤지겠음
- (나) 아 10분 지난거 같은데 10초 지났어. 괴로워
- (동기) ㅇㅇ… 뒤짐쓰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10분을 보내보지만 그 사이에 동기는 문의 전화가 와서 전화받으면서 대화가 끊겼다. 이미 사라진 집중력을 되살려 보고자 다시 무한 ppt, 무한 엑셀을 노력하지만 시간이 안간다.
5시쯤이 되어서야 회의를 갔다온건지 팀장님이 자리에 착석한다.
차라리 없어질꺼면 5시에 없어져서 퇴근때까지 오시지 마시지 지금 오시면 6시 30분까지는 가만~히 계시겠지… 슬픈 생각을 하면서 뒤적뒤적 서류를 찾아본다.
참다 못해 화장실로 도망갔다.
아메리카노를 마셔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것도 있지만 잠시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놀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입구쪽에서도 가깝고 팀장님 책상 바로 앞에 있는 자리는 가시 방석이라 숨쉬려면 이렇게라도 화장실 와서 쉬어야 한다.
핸드폰 가지고 슬슬 놀았는데도 아직 5시 40분… 그래도 20분이면 버틸수 있어 하면서 자리로 간다.
6시가 되었다.
정시퇴근 문화를 가지자고 그렇게 목소리 높여 외쳐보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적막한 사무실에는 탁탁탁 거리는 키보드 소리만 높고, 모두들 무슨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화면은 모두 엑셀과 ppt로 가득 차있다.
6시 10분.
숨이 턱턱막힌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리고. 이미 모니터 창은 하나 빼고 다 닫혀 있다.
6시 15분.
팀장님은 아주 엉덩이에 철근을 심어 놓은 것 같다.
6시 20분.
용자가 일어섰다. 나도 마지막 창을 드디어 닫고 모니터 종료 버튼을 누른다.
“내일 뵙겠습니다”
빠르게 회사에서 튀어나온다.
집까지는 또다시 두번의 퇴근 환승지옥을 거쳐야 한다.
그 사이에 남편한테 카톡이 와있다.
“오늘 저녁 뭐먹지?”
“나 지금 가는중~ 오빠 도착 했으면 아무거나 해주세요”
“ㅇㅇ. 오늘 김치볶음밥 고고”
퇴근 지하철에서 오늘 너무 빨리 퇴근 하지는 않았나 자아성찰을 잠깐 10초정도 하고. 오늘 뭐먹지 10분정도 고민… 앞옆뒤 사람 뭐하고 가나 5분 구경, 핸드폰 30분 보고 있으면 집 앞 역에 도착했다.
뉘엇뉘엇 져 가는 해를 뒤로 하고 집에 가는길.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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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전의 회사에서 저의 모습을 한번 자전적 써봤네요.(...ㅋㅋ)
제 꿈이 언젠가 소설 쓰는거라 예행연습된거 같아 기분이 좋네요 :-)
너무 현실적인 글이라 죄송합니다...ㅋㅋㅋ 도움되는 글을 썼어야 하나요...
인생이 마냥 드라마 미생 같을수는 없잖아요.
제목처럼
홍대리의 아주 평범한 하루 니까요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