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진혹거]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4가지 방법
# 취업_진실_혹은_거짓
# 인턴에게 바라는 것은 정말 창의력과 열정 뿐일까?
최근에 멘토링을 진행하다 보면 인턴 경험이 없는 멘티분들은 거의 전무하다.
인턴 경험이 취업의 성패를 가르는 스펙은 아니지만 직무적합성과 조직적응성을
나타낼 수 있는 스펙임에는 기업 취업 담당자와 취준생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2012년 여름 첫 인턴을 했던 삼성 SDS에서.
군입대도 미루고 대학교 2학년에 얻은 첫 인턴이었다. 지금보다 많이 뚱뚱하다]
2012년 당시 지원했고 도전했던 인턴은 나에게 스펙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누구보다 빠르게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업계의 전문가가 되고 싶었고
그저 누구보다 빠르게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남들보다 일찍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30대가 지난 지금에와서 돌이켜보면 결국 그 길이 직장인으로 귀결될 것이였다면
인턴을 하기보단 교환학생과 여행, 그리고 다양한 창업에 도전해 지평을 넓혔을 것이란
아쉬움도 한켠에는 남아있다. 그땐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
스펙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 나를 좀 더 이해하고자 어찌하다보니 7번의 인턴과 회사생활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이 어느 산업과
직무에서 발현될 수 있는지 더할 나위 없이 실험하기 좋은 무대였다.
그리고 운좋게 일했던 곳에서는 모두 입사 제의 또는 평가 3위 내 입상이라는 쾌거도
이룰 수 있었다.
신년이 되어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지난 8년의 세월을 돌이켜 보며
5가지의 팁을 적어보고자 한다.
하나, 망원경과 현미경 - KPI를 챙기는 인턴이 되어보기
복사, 문서함 정리, 커피 타기 등 업무와 전혀 무관한 일만 하는 인턴은 더 이상 없다.
이전보다 치열해진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렵게 공들여 뽑은 인턴에게 기업들이
그들의 잠재력을 사장시킬 틈을 절대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소서와 면접와 면접을 통해 나타난 인턴의 인성과 직무 역량을 캐치해 적합한 부서로
배치한 후 짧게는 4주, 길게는 6개월에서 1년동안 주차별 및 월별 현업 미션을 준다.
기업의 형태가 중소기업, 스타트업, 외국계, 대기업이건 간에 생각보다 인턴에게 친절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여러분들께서는 아마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
" 이 정도 기업이라면 첫 날엔 업무키트 (노트, 펜, 컴퓨터 등)를 나눠줄 거야.그리고 사수나 멘토가 배정되겠지.
그가 최소한 1주일에서 많게는 한 달 동안은 전담 코칭을 해주며 업무에
필요한 기초 소양을 닦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 기대해 ."
미안 하지만 이런 상상은 다음 생애에나 가능하다. 아니 아마 다음 생애에도 여러분이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태어난다면 불가능하다.
여러분의 생각보다 여러분의 멘토는 매우 바쁘다.
사기업을 기준으로 현업자가 맡고 있는 업무는 최소 5개~10개이다.
일반적인 데이터 정리 부터 팀내에 어드민한 일들, 팀내 막내이자 대리 또는 과장 년차로써
번외로 주어지는 사내 임무와 주기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교육들과 외부 세미나.
그리고 각종 행사 참여 및 대형 프로젝트의 PM으로서의 활동 등.
그렇기 때문에 학교마냥 모든 것을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인턴 기간 중 주어지는 과제와 미션들은 이러한 현업자를 보조하며 받게 되는
자잘한 업무들일 것이다. 일일 데이터 정리, 금월 진행될 마케팅 프로모션의 컨셉 기획,
국내외 사례 조사, 간단한 번역작업 , 이번주 주말에 나가게 될 푸쉬 메시지 문구 선정 등.
인턴 수행 기간과 난이도를 고려해 절대 많은 일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짧은 기간의 인턴이라도 팀의 KPI를 묻는 인턴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자신이 부여 받은 업무만으로도 벅차하거나 빠르게 그 일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다른 일이 없냐고 물을 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팀의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고 나아가
회사 전체로 보았을 때 배정받은 팀이 얼마마나 핵심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지 유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인턴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세가 현업자와 인사팀 입장에선 굉장히 환영 받을 태도이다.
KPI를 물으며 자신의 과제를 수행해 나간다는 것은 전략과 결과물을 동시에 그려낼 수 있다는
예비 사원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업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현미경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업무들은
그저 한 단위의 일 (UNIT)일 뿐 이것들이 팀과 회사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굉장히 멀게만 느껴진다. 물론 해야하는 일들을 해쳐나가는 것 만으로도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을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회사와 팀이란 반드시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야한
다는 '협응력'을 수반한다. 따라서 인턴 입장에서 KPI를 묻는다면 무척이나 고마울 수 있다.
둘, 불편함을 습관으로 극복하기 - 매일 같은 시간 대에 질문을 반복하라
인턴에게 어려운 것은 뭐니뭐니 해도 사람이다. 연차가 그리 차이나지 않는
사수나 멘토, 또는 대리급 사원의 경우엔 코드나 연령대가 맞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과장급 이상이다.
과장급 이상의 선배가 열린 마음으로 먼저 다가오는 성격이라면 모르겠지만
까칠하거나 말 수가 없는 선배라면 인턴 입장에선 굉장히 난감하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지만 인턴 입장에선 한 사람이라도 아쉬운 판국에
어떻게든 본인 편으로 만들어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인턴 본인이 원래 적극적이거나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인턴 기간 참 어색하다.
설사 적극적이거나 사교적인 성격을 가졌다 하더라도 행여 나대거나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고
되려 핀잔을 듣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 요컨데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2017년 상반기에 일했던 인피니언에서의 경험은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업무 시 필요한 스킬은 물론 사랑받는 직장인으로서의 센스가 무엇인지도 익혔다.]
17년 인피니언이란 외국계 반도체 회사에서 HR 담당자로 일하던 시절 기억에 남는
한 차장님이 계신다. 상사이자 선배였지만 회사원으로서 가장 교보재로 삼고 싶은
분이기도 하다.
여자 차장(이하 A차장)님이셨던 이 분의 원래 성격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편이었다.
늘 웃는 상이어서 모르고 있었지만 자신의 그러한 성격을 알고 이를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HR담당자이기 때문에 좀 더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자아내고 싶어서)
A 차장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 저는 본래 성격이 차갑고 이성적인 편이라 사람들 사귀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어요.하지만 제가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터득한 하나의 스킬이 있습니다.
바로 <일정 시간에 질문> 던지기 입니다.
예컨데 이런 식인거에요. 저는 사실 매일 오전 10시 20분 경 승훈님에게 질문을 드려요.
그것이 업무와 관련된 것이건 혹은 개인적인 질문이건요. 만약 질문 드릴게 없으면
그냥 저의 근황 얘기를 해요. 오늘 아침도 제가 이런말을 했을거에요. '승훈님은 근데
보통 휴가지 고를 때 어떤 것을 고려해서 골라요? 제가 조만간 휴가를 가야하는데
고민이네요.'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답니다. 같은 시간대에 반복하여 누군가 말을 걸어주는 것은
부담스럽다기보단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곤합니다. "
부담의 정도는 질문의 수위를 통해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정 시간에 질문하기'
방법은 상대가 어떤 성격을 가진 분이던지 간에 그분과 내가 라포를 (사람과 사람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용어 ) 형성하기에 제격이라 생각했다.
이 방법은 현대홈쇼핑에서 인턴을 하던 당시에도 유용하게 활용했다.
팀에 배치된 이후 팀장님부터 막내 사원 분까지 성향을 파악했고 이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질문의 결을 달리하며 (어느 분께는 업무 위주, 어느 분께는 사적인 질문 위주)
'우리팀에 맞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힘썼다.
셋, 겸손과 예의의 함정 - 저자세를 경계하라
[저자세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마친 2017 이베이 섬머 인턴십, 수료식 날]
사원 3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에서 새로 들어오는 신입사원과 인턴분들을 보면
옛날의 내가 가졌던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 간혹 보인다.
그것은 바로 지나친 겸손과 예의다.
인턴 분들 중에는 이메일과 메신저, 그리고 말을 하면서 말끝마다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죄송하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모자릅니다. 제가 아직 많이 모르지만, 제가 모르는 것이 투성이지만 등'
나 또한 그랬다. 2 개의 스타트업을 거치면서 아마 가장 많이 들은 피드백 중에 하나는
'왜 이렇게 승훈님은 저자세 인가요?'라는 말이었다.
이는 적극성과 상반된 개념이 아닌 본인의 실력과 능력마저 없어보이도록 하는
낮은 자세를 경계해서 나오는 말이었다.
스타트업의 한 부장님은 내게 이런말을 했었다.
"승훈님이 누구보다 겸손하고 예의가 바른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겸손은승훈님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약하게 만듭니다. 과한 저자세는 마치 그 사람의 실력조차
저자세로 보이게 만들 수도 있거든요.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아주세요 "
물론 절대 자만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낮은 자세를 탈피하는 것은 자신이 현재 가진
역량과 인성을 올바르게 인지해 어떤 업무든 잘 수행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너무 굽히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아야 한다.
넷, 회의 동석은 왜 할까? - 필기를 생활하 할 것
인턴들도 현업자들과 다를바 없이 다양한 회의에 참석한다.
업체 미팅과 실무 회의, 팀 내 아이디어 회의, 주간 회의, 그리고 사내 임원 주관 회의 등.
이런 회의를 내가 왜 참석하고 이런 회의까지 내가 참석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경중한 회의에 참석하며 현업에 관한 고급 용어들이 오고가는 회의에 들어간다.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현업 생태계의 가장 현실적이고 정글 같은 모습을 체험하기에
좋은 교보재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또는 팀원, 파트너사가 만나
공통 이슈를 꺼내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또한 해당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타임라인을
함께 짜며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지 모의와 설득, 성패가 갈리기도 하는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회의에서 인턴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용어조차 생소한 경우가 다반사이며 회의를 참석하기 전에 사전 통보 없이 회의 5분전에
갑자기 회의를 같이 가자고 통보를 받기도 하다.
회의에 참석하여 불안한 두 눈과 갈 곳 잃은 두 손은 쟁여 들고간 업무 노트에 뭐라도 써보려
하지만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턴은 써야한다. 그리고 최대한 본인 쓸 수 있는 만큼 모든 내용을 써야 한다.
회의가 끝난 후 시간이 오래 가기 전에 관련 회의에 참석했던 현업자 선배에게 관련 내용과
용어를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작성한 노트 필기 내용을 다시금 본인 나름의 구성에
맞춰 다시 정리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정리된 내용을 참석한 현업자 선배나 또는 관련이 있는
팀 내 선배들에게 공유를 해준다면 센스 있는 인턴으로 불릴 수 있다.
현업에선 생각보다 회의록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로 구두로 진행하는 미팅에서는
각자의 업무 노트에 본인에게 해당되는 내용들만 기재할 뿐 회의 내용의 전체 전개 방향이나
기타 안건에 대해서는 챙기지 않는다. 시간관계상 내용을 최소화 하기 때문이다.
인턴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쟁점 이슈, 참석자, 회의 주요 안건, 확정 사항 및 미결 사항, 다음 번
회의 까지 보충할 내용, 각 이슈별 담당자 지정 등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을 쪽지로 팀 내에
공유한다면? 꼼꼼함과 성실성은 물론 논리력을 갖춘 인턴임을 드러낼 수 있다.
이렇듯 인턴이 해야할 일이 참 많다.
요즘 시대에 인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렵게 맞이한 인턴을 그냥 흘려보내리란 아쉽다.
나의 경우 전환형 인턴이건 아니건 간에 인턴에 지원 후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한 가지 다짐하는 것이 있었다.
"인턴 기간과 형태와 상관없이 반드시 인턴이 종료되는 그날, 이 분들이 나에게 전환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그리고 누구보다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인턴이 되도록 해야지."
라고 말이다.
방법들이 제법 많아보이지만 결국엔 정성과 노력, 상대에 대한 배려에서 기인한 비법들이라
그리 어려운 내용들은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취준생 여러분들에게도 2020년, 부디 좋은 기회가 찾아오길 바라며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본인의 것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복을 얻기를 바란다 :)
어려워 마시고 가볍게 질문하기를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