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결정에 후회하는 마음이 들 때.
과거의 결정에 후회하는 마음이 들 때.
"이걸 하면(또는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까?"
누구나 하는 고민입니다.
저도 특히 많이 고민하는 영역이기도 하고요.
아주 오래전에 메모장에 써놨다가,
생각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미완성으로 두었던 글인데
미완성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에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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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후회할지 안할지에 대한 대답은 “알 수 없다” 이다.
후회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우리는 아직 너무 젊다.
대학생 시절, 나는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금융공기업에 가고 싶었다. 정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어찌저찌 어영부영 하다보니 금융과는 전혀 관련 없는 곳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인턴은 끝나있고 나는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복학 후, 돌아온 학교는 매우 삭막했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캠퍼스 곳곳에 붙어있는 <신입사원 공개채용>플랜카드 밖에 없었다.
내 마음은 굉장히 불안했다.
취업을 앞두고 난 준비된게 아무것도 없었다.
남들은 최소 2년 잡고 준비한다는 금융공기업 입사 장벽 앞에 난 관련된 스펙도, 지식도 하나도 없었다.
정말 막연한 꿈이었다.
"이번 학기를 마치면 난 이제 대학생이 아닌데..."
졸업유예생, 취업준비생 또는 백수라는 이름으로 취업준비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지금이라도 중도휴학을 하고 금융공기업 시험준비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된 나의 고민은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되었고
휴학신청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
나는 밤을 꼬박 샜다.
그리고 동이 터오는 아침에
"휴학을 해야겠다"
"휴학하고 고시준비를 하자"
라고 마음을 먹고 그당시 존경하던 교수님 한 분과 상담을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그 때 나는 중도휴학을 했을까?
아니.
나는 휴학을 하지 않고 마지막 학기를 다니기로 결정했다.
교수님과 대화를 하며,
내 안에 불안한 마음,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고,
무언가를 되돌리려하기보다는 이미 시작된 것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중도휴학신청을 철회했다.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다니기로 한 마지막 학기이자,
나의 4학년 2학기가 끝나기 일주일 전,
운이 좋게도,
나는 사기업 재무직군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회사에 기대하지 않았던 직무였다.
취업이 어렵다는 시기에 주어진 큰 선물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던 길이 맞을지 모르겠는 두려움도 있었다.
회사를 다닌지 일년 반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난 내가 그토록 바라던 금융공기업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가 전혀 없다.
(물론 다른 결정을 했을지라도 후회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회사에서 난 공기업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앞으로 새롭게 하고 싶은 일도 생겼다.
그리고 그 일은 내가 대학생때 꾸던 금융공기업의 꿈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막학기를 다닐 당시,
나는 꿈의 문턱에 발도 디디지 못한 채로
그냥 이대로 남들처럼 취업을 택하는 것이 옳은 결정일지 고민했고
언젠가 후회하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인생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미래에 내가 후회할지 안할지를 기준으로 많이 삼았는데,
사실 이 기준은 그렇게 신뢰성이 있는 기준이 아니었다.
결국 모든 결정의 주관자는 나이다.
과거를 돌이키려하기 보다는
현재에 충실히
그리고 미래를 낙천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후회라는 말은 청년시기에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후회하며 살기에 우린 아직 너무 젊고,
삶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