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전 꼭 알아야 하는 특허의 세계
특허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은 '발명왕 에디슨'이나 '천재적인 기술' 같은 거창한 단어들을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보는 특허는 훨씬 더 지독하고 치열한 서류 싸움에 가깝습니다. 창업 상담을 하러 오는 대표님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제 아이디어가 세계 최초입니다"라고 말하며 흥분하시지만, 정작 그 아이디어를 어떤 단어로 정의하고 어떤 법적 테두리 안에 가두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우리가 다루는 핵심 문서가 바로 특허 명세서입니다. 학생들에게는 이름부터 생소하겠지만, 이건 아주 꼼꼼하게 작성된 기술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명세서 안에는 내 기술이 기존 기술과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가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실무자들은 이 문서를 쓸 때 단어 하나하나에 목숨을 겁니다. 예를 들어 'A와 B를 연결한다'는 표현과 'A와 B를 결합한다'는 표현은 나중에 법정에서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났던 한 창업자는 본인의 기술이 너무 유출될까 봐 겁이 나서 명세서에 핵심 내용을 빼고 적고 싶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명세서는 숨기는 문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세상에 공개하는 대신 그 대가로 독점권을 받는 일종의 계약서입니다.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면 권리도 제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이런 오해를 바로잡고, 기술자가 가진 추상적인 생각을 법적인 언어로 번역해 주는 것이 저희 같은 전문가들의 역할입니다. 이 과정은 결코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밤새도록 도면을 수정하고, 문장을 다듬고, 심사관과 수차례 의견을 주고받는 진흙탕 싸움에 가깝습니다. 이런 실무의 뒷면을 알아야 진짜 비즈니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투자자들은 꿈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하게 리스크를 따지는 사람들입니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IR)를 나갔을 때, 투자 심사역들이 묻는 질문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거 경쟁사가 똑같이 만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혹은 "이미 나와 있는 다른 특허랑 부딪히지는 않나요?" 같은 질문들입니다. 이때 "우리는 기술력이 좋아서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은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그 근거를 문서로 보고 싶어 합니다.
실제로 투자가 성사되기 직전 단계에서는 실사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변리사나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그 회사가 가진 특허들을 현미경 보듯 뜯어봅니다. 이 과정을 특허 실사라고 합니다. 아무리 시장 점유율이 높고 사용자가 많아도,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가 남의 이름으로 되어 있거나 권리 범위가 엉망이라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투자금은 회수될 수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을 쏟아부었는데 나중에 경쟁사한테 소송을 당해 사업이 멈추는 상황이 가장 무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을 할 때 항상 강조합니다. 특허는 자랑용 훈장이 아니라 투자자의 불안을 잠재우는 보험증서라고 말입니다. 어떤 대표님은 투자 미팅 전날 급하게 특허를 하나 내달라고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만든 특허는 사실 투자자의 눈을 속이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이 회사가 자신의 사업 영역을 얼마나 촘촘하게 방어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략'입니다. 기술의 흐름을 읽고 경쟁자가 들어올 길목에 미리 말뚝을 박아두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보여주는 지식재산 경영의 실체입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현업에서 이런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어떤 조직에서든 핵심 인재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직업 혹은 지식재산 분야에 관심을 가진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법전을 외우거나 기술 명세서를 쓰는 기계적인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지식재산 실무자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과 그 가치를 자본으로 바꿔주는 사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합니다. 기술자는 자기 기술에 빠져서 비즈니스를 놓치기 쉽고, 사업가는 돈에 집중하느라 기술적 리스크를 못 볼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 한가운데서 양쪽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콧대 높은 개발자부터, 당장 내일 망할 것 같은 절박한 창업자, 그리고 차가운 눈빛의 투자자까지 말입니다. 이들을 모두 설득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데이터와 논리, 그리고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저 또한 매일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들을 공부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제가 쓴 명세서 한 줄 덕분에 한 회사가 수십억의 투자를 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말로 다 못 할 보람을 느낍니다.
공부하다 보면 법은 딱딱하고 기술은 어렵게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땀방울이 섞인 기술을 보호해주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해주는 일은 정말 가치 있는 일입니다. 취업 준비나 고시 공부로 많이 지쳐 있겠지만, 여러분이 지금 쌓고 있는 지식들이 나중에 누군가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주는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꾸민 격려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운 이 경험담이 여러분의 진로 결정에 조금이라도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저도 언젠가 실무 현장에서 동료로 여러분을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여러분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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