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을 생각하는 그대여, 대학원을 다시 생각해보라. (상)
* 이 글은 2017년 5월 30일 KOICA 커리어센터에서 진행된 필자의 강의를 바탕으로 재구성 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판에서 일을 하게 된지 3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국제개발협력학을 공부하고 있죠. 그리고 틈틈이 블로그도 운영하다보니 국제개발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받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다섯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개발과 대학원에 대한 FAQ 5가지
1. 국제개발업계에서 일하려면 대학원 학위가 필요할까요?
2. (국제)대학원에 입학하면 제너럴리스트가 되지 않나요? 스폐셜리스트가 되고 싶은데 대학원에 입학하면 전문성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3. (국제)대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해요.
4. 전문성은 현장에서만 쌓을 수 있나요? 대학원에서 어떤 전문성을 만들 수 있을까요?
5. (국제)대학원 입학 전에 경력이 있으면 좋을까요?
국제개발과 대학원에 대한 글을 연재하니 당연히 ‘국제개발협력(업무)와 대학원 진학’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또한 국제개발과 대학원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오늘 글을 통해서 이 고민들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는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이번 글은 FAQ 5가지 중 1번, 2번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다음 편에서 3번, 4번, 5번에 대해서 다루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1. 국제개발업계는 학위가 필요할까?
일반적으로 국제개발업계는 학위(석사, 박사)가 요구되죠. 더욱이 좋은 기관 혹은 국제기구에 취업을 희망한다면 대학원 학위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원 학위는 만능이 아닙니다. 만일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대학원 학위가 취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면 누구나 (국제)대학원에 입학하겠죠. 그러므로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진출하기에 앞서 대학원 학위에 대한 깊은 생각과 전략이 요구됩니다.(취업과 대학원 사이에서..[국제개발&대학원 6편])
특히 본인의 ‘정체성’에 따라서 학위의 상대적인 중요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상대적인 개념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모든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들이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현장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는 사업기획, 관리, 운영, 평가 등 ‘행정업무’ 혹은 지역 전문가(예: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 등)를 지칭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분야별 전문가와 학계 전문가(교수, 연구원 등)은 ‘기술 전문가와 연구자’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위의 필요성에 대하여 ‘상대적’이란 표현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대학원 학위보다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면 사업기획 담당자에게 국제개발학 석사(혹은 박사) 학위보다 기획 전문성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지식이 업무에 더 도움이 됩니다. 물론 지역 전문가는 ‘지역학 석사(박사)’ 학위가 있다면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지역 전문성은 해외현장 근무경험을 통해서 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개발협력 전문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시각’이 요구되겠죠.
그러면 ‘기술 전문가/연구자’는 어떨까요? 가장 쉬운 예를 보면, 교수(혹은 연구원)들의 케이스를 보겠습니다. 우리가 대학 혹은 연구원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 석사, 박사학위가 요구 됩니다. 왜냐하면 대학원 학위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단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해당 학위를 취득하기 위하여 수행한 연구 포트폴리오(예: 논문, 연구보고서 등)는 연구자들이 국제개발협력 업계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분야별 전문가(예: 간호학, 전기공학 등..)도 이에 해당 됩니다. 각 분야별 전문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만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에서 본인의 전문성과 역량을 활용하여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업무들을 수행할 수 있죠. 그래서 기술 전문가/연구자들은 ‘섹터별 이슈를 볼 수 있는 시각’이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대학원 학위는 어떤 전문가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경로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본인이 ‘행정 업무, 경영, 기획, 회계 등’의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면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써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다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보다 국내외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 될 겁니다. 그리고 학위의 경우 학문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학위보다 “개발협력 컨설턴트 과정(예: 경희대 국제대학원)”을 이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학문적 역량 혹은 분야별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면 분야별 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결정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학원 선택은 단순히 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업계에서 본인의 ‘정체성과 포지션’을 한층 더 구체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2. 대학원은 ‘포지셔닝’의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에 입학한다고 말하면 우리는 ‘석사(박사)학위 취득’을 제1순위로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여, 더 좋은 조건으로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대학원 입학은 학위취득뿐만 아니라 어떻게 ‘포지셔닝’을 할 것인가 생각해볼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포지셔닝은 앞서 언급한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그리고 이 정체성은 앞으로 우리가 ‘스폐셜리스트 혹은 제너럴리스트’ 중 무엇이 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취득하게 될 학위는 대학원 졸업 후 여러분이 ‘어느 분야의 전문가’인지 보여주는 증명서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고용하는 고용자들은 당신이 그 분야에 대하여 일반인들보다 더 높은 전문성과 지식, 그리고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기대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본인의 ‘정체성과 포지션’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위의 표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를 꿈꾸었습니다. 그래서 학부시절에는 대외활동과 인턴활동, 대학 졸업 후 취업과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본인에게 필요한 전문가로써의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면, 앞으로 경력 개발과정은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먼저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써 포지션을 설정했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요구되는 역량은 학문적 전문성보다 실무에 관련된 전문성과 프로젝트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될 겁니다. 그리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한다면, 실무와 프로젝트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 국제대학원과 프로젝트가 만났다. [국제개발&대학원 12편]) 더불어 국제개발협력 컨설팅 과정 등이 개설된 대학원을 선택한다면, 장기적으로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써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만일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중 ‘지역 전문가’를 희망한다면, 지역학에 특화된 대학원(예: 한국외대 지역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본인의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학문적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면 (일반)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일반 대학원의 커리큘럼은 전문 대학원과 다르게 구성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커리큘럼은 ‘국제개발학 수업뿐만 아니라 대학원 논문연구’에 대한 수업이 다수 개설 되어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의 교수 구성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은 ‘학술연구’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반대로 경희대 국제대학원은 ‘World Bank, Asian Development Bank,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국책연구기관, 기업 등’ 학계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연구기관과 기업 출신으로 교수진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목의 내용 또한 ‘프로젝트 사이클 매니지먼트(PCM), 컨설팅 기법 등’ 실무 역량 향상에 필요한 과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대학원 생활을 통해서 ‘포지션’을 설정하는 방법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경희대 국제대학원은 ‘KODAC(경희 국제개발 컨설팅)’이란 대학원 내 연구소에서 대학원생들에게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제공합니다. 필자도 대학원 입학 후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서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학원 수업과 실무를 함께 경험하면서 책에서 배울 수 없는 현장의 분위기와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들을 통해서 실무에 필요한 사업기획, 관리, 평가 등에 대한 역량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써 포지션을 설정하기 위한 계획도 수립할 수 있죠.
물론 전문 대학원 내에서도 학술적 전문성도 키울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노하우는 다음 글을 통해서 자세히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학위는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들에게 석사(박사)학위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2.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는 실무역량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기술전문가/연구자들은 대학원 진학을 통해서 학술연구 역량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3. 대학원은 ‘포지셔닝’의 단계이다. 학위 취득을 넘어서 ‘본인의 정체성과 포지션’ 설정을 위한 단계이므로 일반 대학원과 전문 대학원을 구분하여 선택하는 전략을 취하자.
- 만일 전문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었다면, 어떤 해법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다음 편의 글을 통해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대학원 학위는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국제개발협력이 다루어야할 섹터들은 세밀하게 나뉘어져 있죠. 그리고 각 섹터들의 문제점은 해당 이슈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제개발과 대학원에 대한 더 많은 글을 읽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