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활동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10가지 제언
저는 현재 환경 NGO 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학부 졸업 후 첫 직장은 국책연구기관에서 인턴을 거치고, 직원의 직함으로 일한 곳은 환경NGO에서 근무했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만에 사표를 쓰고 퇴사했습니다. 그 후 다시 연구기관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서 저는 NGO로 회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언젠가 이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국제개발협력과 환경, 학계, 대학원을 거치면서 5년 동안 이 분야를 경험하고, 생각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많은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면서 꼭 전해주어야 할 메시지들을 간략히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NGO 활동가를 꿈꾸는 여러분께 10가지 제언을 드립니다.1. 보람과 사명감만으로 일하지 마세요.여러분은 이 제목을 보자마자 의아할 것입니다. NGO 활동가, 국제개발협력 NGO 활동가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보람과 사명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두 가지를 여러분의 일의 중심에 두지 말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현실 감각’을 익히기를 원합니다. 많은 학생들은 개발도상국 현장,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NGO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숭고한 이념, 비전과 의지는 5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을 한 저에게 귀감이 됩니다. 하지만 숭고한 이념과 비전, 의지와 월급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NGO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 매 월 나의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NGO에서 일한다고 해서 4대 보험을 받지 못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제일 먼저 본인의 경제적 상황이 안정될 수 있는 방안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2. 건강이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여러분이 기왕 NGO에서 일을 하고자 결정했다면, 제일 먼저 돈과 건강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복지의 사각지대, 개발도상국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활동가의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웁니다. 그리고 치열한 현장 속에서 자신의 건강과 삶을 희생하는 것은 훌륭한 미덕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NGO 활동가도 사람입니다. 남들처럼 감기가 걸리면 쉬어야 하고, 다치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활동가의 건강악화는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부재로 나타날 것입니다. 저는 돈벌이와 건강관리에만 치중해서 여러분의 일을 소흘히 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나의 소명과 미션을 달성하고 싶다면, 자신의 인생을 건강하게 챙기는 법부터 익히기를 바랍니다.3. 아주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제가 앞에서 돈과 건강을 얘기한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현장에 나가면 만나게 될 사람들은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제 당신의 프로젝트를 도와줄 수 있는 정부의 공무원, 기업의 담당자, 후원자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욕구와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업을 제안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여러분의 사명과 미션을 여러분만큼 공감하고, 고려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꿈을 키우면서 했던 고민들을 기업 관계자, 공무원, 시민들은 여러분만큼 충분히 고민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여러분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신들의 성과가 홍보가 잘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그러므로 여러분은 기업의 영업사원들보다 더 민첩해지고, 정치부 기자들보다 정치인들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들의 수준으로 개인의 삶과 트렌드를 파악해서 더 많은 후원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NGO의 사명과 비전을 가슴에 품고 꿈을 키웠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가슴에 품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꿈속에서 살아가는 ‘이상주의자’에 불과합니다. 반드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기 바랍니다. 4.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세요.NGO의 활동분야는 매우 넓습니다. 더욱이 국제개발협력 NGO는 망망대해를 해매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인들(기업 관계자, 공무원, 후원자 등)은 여러분이 어느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로 생각합니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이슈가 발생하면, 그들은 여러분에게 자문을 구하게 됩니다. 당연히 여러분도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슈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제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실무자가 자신의 섹터를 대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기업 관계자, 공무원, 후원자들은 당신과 당신의 조직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이 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현재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월~3월까지 미세먼지가 악화되었을 때 언론, 기업 등에서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다행히 저는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도시 녹지를 활용한 미세먼지 감축이 조기 사망률 감소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연구했었습니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도시의 미세먼지를 낮추는 방법과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하는 역할을 했었습니다.위의 사례처럼, 많은 사람들은 여러분들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써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사명감과 보람만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로써 일을 해야 합니다.5. 논문을 읽고, 분석하고, 리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이런 맥락에서, 저는 NGO 활동가도 학자들처럼 논문을 읽고, 분석하고, 리뷰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개인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만약 저처럼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고, 학위논문을 집필한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연구주제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고, 연구방법론의 개념과 기초를 더욱 단단히 익히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만일 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았다면, 논문 작성법과 연구방법론 강의를 수강하고, 논문을 읽는 습관을 가지십시오. 요즘은 대학원뿐만 아니라 외부 강의에서 논문 작성법과 연구방법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강의들이 개설되었습니다. 그러므로 NGO 활동가라고 해서 후원과 캠페인 활동에만 집중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갖추기 바랍니다.6. NGO는 ‘을’이 아닙니다.일반적으로 NGO활동가들은 ‘을’로써 간주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 기업, 정부의 후원을 받으면서 경제적 관계로 인해서 ‘갑과 을’로써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을’이 아니라, 그들의 사업 파트너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NGO 활동가들도 입사하면 ‘현장 직무연수(OJT)’, ‘ 고용계약서 작성’, ‘4대 보험 가입’을 하게 됩니다. 기업의 직원들보다 연봉은 낮지만, 입사에 필요한 모든 절차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리고 명함과 직함도 부여됩니다. 여러분은 각 분야의 전문가이지 누군가를 위해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개인 혹은 기업의 후원금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과 사업을 기획한 사업 담당자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NGO에서 일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알지 못하는 사업 분야를 자문해줄 수 있는 전문가라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7. 지식 중개자(Knowledge Broker)가 되세요.이것은 앞의 4번, 5번과 연결됩니다. 여러분은 시민들과 정부, 기업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비영리 조직, 비정부 조직, 시민사회 조직’으로 말합니다. 그 말은 정부의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이익보다 공익을 추구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와 기업에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지식 중개자는 전문 지식을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과 글로써 재해석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앞서 제가 일하고 있는 미세먼지 센터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정책의 비판과 개선방안 제시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응 방안을 전달하기 위한 연구와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구를 수행하며 익힌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들을 분석하여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연구내용들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새로운 연구주제를 바탕으로 산업단지와 발전단지 지역의 미세먼지 감축과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이 연구들은 미세먼지로 인해서 피해를 겪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학계와 정부에 전달하여 더 폭넓은 연구와 실질적인 정책 수립에 기여할 것입니다.이처럼 여러분은 분야의 전문성과 연구역량, 그리고 현장에서 발견한 시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연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십시오. 우리는 NGO활동가를 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슈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8. NGO활동가만이 당신의 정체성이 아니다.그래서 저는 NGO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이지만, 평생 저의 정체성이 NGO활동가로써 정의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자칭 ‘미세먼지 지식 중개자’라고 말합니다. NGO활동가로써 시민들의 목소리와 현장을 연구하고, 학계의 연구들을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는 연구자로써 역량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직장에서 얻는 현장의 경험은 장기적으로 저의 연구의 내실을 갖추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현장 활동가로써 간주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NGO의 경험을 지닌 연구자로써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언제든지 자신의 정체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누군가는 기업의 사회공헌(CSR) 담당자가 될 수 있고, 누군가는 민간 전문가로써 정부의 공무원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국제기구로 진출하여 현장의 활동경험을 국제기구 프로젝트에 녹여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정체성을 ‘NGO 활동가’라는 틀에 가두지 마십시오. 9. 저축하고, 재태크를 공부하세요.여러분은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NGO는 여러분의 평생직장이 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우리도 은퇴를 해야 합니다. 이를 대비해서, 저축을 하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지갑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의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드는 법을 익힐 수 있겠습니까? 항상 돈의 흐름과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공부하십시오. 특히 실물 경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늘 강조하지만, 우리는 ‘직장인’입니다. 보람과 사명감만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NGO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10.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갈 ‘질문’을 찾아보세요.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슴에 품고 살아갈 ‘질문’을 찾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문제를 찾고, 연구하는 현장의 학자들입니다. 그리고 연구의 시작은 ‘연구 질문’을 찾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왜 이 연구가 사람들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왜 이들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파트너들을 설득하기 위한 질문으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질문을 찾기를 바랍니다.*한종택 멘토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sarzie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