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력 실무자는 멀티플레이어다.
작년 11월 1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글로벌협력센터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국책연구원의 국제협력부서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 꿈에 도달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그 후 1년을 돌아보는 지금도 기쁘냐고 물을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팽수의 명언 중 하나로 대체하겠습니다.
(출처: 펭수가 출연한 어느 프로그램 중...)
저는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서 국제협력 전문가로써 성장하는 방법, 커리어 개발, 스펙활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국제협력 일도 해보았고, 국제협력과 다소 동떨어진 일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부서명부터 ‘글로벌협력센터’라는 곳에서 스폐셜리스트라는 직함을 달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국제기구, 해외 정부부처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원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지닌 조직 내에서 국제협력부서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연구원의 국제협력부서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매우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게다가 연구원이란 조직과 제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하므로, 모든 조직의 국제협력부서가 이런 모습이라고 섣불리 정의하지 않기 바랍니다.
글의 제목처럼 국제협력 실무자는 멀티플레이어입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때 김효은 주세네갈 대사님께서 2008년에 출간한 “외교관은 국가대표 멀티플레이어”라는 책 제목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외교관의 꿈을 품게 되었고, 국제관계학을 전공 후 외무고시를 준비했었습니다. 비록 외무고시는 중도 포기했지만,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국제개발협력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출처: Yes 24)
김효은 대사님은 이 책을 통해서 외교관을 외교, 정치, 협상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로 묘사합니다. 저도 연구원의 국제협력 전문가로 일하면서 연구, 프로젝트, 행정업무, 해외출장, 해외 관계자 미팅 등 다양한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합니다. 그래서 국제협력 실무자는 멀티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연구원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연구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제협력부서 실무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연구는 연구부서에 집중된 구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몇몇 국제협력 사업들도 연구부서에 배정됩니다. 왜냐하면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들은 연구부서에 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국제협력부서의 실무자는 연구기관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비록 규정에는 “국제협력 관련 연구와 사업은 국제협력부서가 총괄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 연구부서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은 이해합니다. 그래서 국제협력 실무자는 연구 혹은 프로젝트 발굴과 기획단계까지만 참여하고 운영부터 마무리 단계에는 깊이 참여하지 못합니다. 물론 프로젝트 발굴과 기획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올해에 두 개의 국제협력 프로젝트 발굴과 기획에 참여하였고 올해 12월 중에 사업이 시작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말레이시아 출장을 통해서 새로운 협력 프로젝트들을 발굴하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제협력 실무자는 퍼스트 펭귄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종 결과물은 연구부서에서 완성됩니다. 그래서 성과를 평가하는 입장에서 초기 단계의 과정의 비중이 낮게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과거에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는 두 가지 형태(스폐셜리스트, 제너럴리스트)로 구분된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위의 두 가지 개념을 통합하여 ‘멀티플레이어’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멀티플레이어보다는 제너럴리스트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국제협력의 업무가 최우선이 아닌 연구원의 국제협력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요즘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오랫 동안 국제협력 전문가도 ‘연구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국제대학원에 재학할 때에도 연구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그런데 연구원의 국제협력부서에서 일하다보니 멀티플레이어로써 역할에 집중하느라 연구에 다소 소흘해졌습니다. 게다가 뚜렷한 연구주제과 전공을 지닌 연구자들 속에서 차별화된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장벽을 넘어서는 방법은 기술(Skill)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국제협력 실무자는 멀티플레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멀티플레이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모니터링·평가(Monitoring and Evaluation)에 대한 기술 개발,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조달 지식 등이 해당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지역 연구도 차별점을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국제개발협력 전문성의 삼각형에서 왜 ‘지역 전문성’이 포함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각 기관에서 ‘전문성’으로 평가하는 요소에 대한 역량개발도 중요합니다. 저는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전문성’으로 평가하는 핵심 요소는 ‘연구 능력’입니다. 연구 능력은 ‘연구 결과물(논문, 연구보고서)’로 평가 받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역 연구와 국제개발협력’을 연결한다면 차별화된 연구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국제협력 실무자들은 외국어(영어)도 갖추고 있으므로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하여 연구역량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일들이 말처럼 쉬운 일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됩니다. 게다가 부서 업무로 인해 연구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협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서 ‘플러스 알파’가 요구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멀티플레이어가 여러 가지 일을 다재다능하게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전문성’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본: https://blog.naver.com/ssarzie01/221695968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