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코로나19로 인한 국제개발협력의 6가지 변화
이 글은 코로나19로 인해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관찰하면서 정리해본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국제개발협력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코로나19가 바꾸는 국제개발협력 업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았습니다.
1. 제한된 인원에게만 허락되는 해외출장
코로나19로 인하여 전문가들과 언론은 제일 먼저 '해외여행'의 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를 위한 해외출장도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해외출장의 대안으로써 화상회의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면회의의 필요성은 다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를 위한 해외출장은 정부와 보건당국의 엄격한 승인 절차를 통과하였거나, 공적인 외교, 국제협력 업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전문가들에 한하여 허락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터키는 한국 기업인에게 예외입국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인을 넘어서 외교관, 국제협력 전문가들에 한하여 '예외입국 제도'가 확대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출처: 경향신문 "'코로나19' 입국제한 기업인 예외 입국 허용 "3~4곳"
2.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코로나19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질병들 중 설사, 소아마비 등은 개발도상국에 치명적인 질병이었습니다. 선진국의 의료시스템과 약은 설사, 소아마비, 장티푸스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게 치명적이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조차도 선진국들은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선진국의 의료체계마저 마비시킬만큼 치명적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랫 동안 유지되어온 '공여국-수원국' 중심의 개발협력 패러다임은 많은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의 방역 경험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전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각 국가의 소득 수준, 의료 수준, 기타 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개발 및 제공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진국들은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면 소득수준과 의료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사소한 차이점은 마스크 착용을 촉구하는 방법이나, 시민들의 의식수준, 다중 밀집시설 통제 등처럼 일상 생활에 대한 부분들만 해당될 것입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많은 차이를 가집니다. 열악한 의료체계로 인하여 코로나19 방역이 어려운 국가들은 국경봉쇄령과 지역 이동 봉쇄령처럼 고강도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조차 예외적으로 입국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무엇보다 선진국에 비하여 낮은 의료체계는 개발도상국 환경에 맞춘 지원방안을 요구할 것입니다.
3. 인간 기본욕구(Basic Human Needs, BHN)에 대한 관심 증가
코로나19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 충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코로나19 완치자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직 체감되지 못하지만 식량위기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일자리 문제도 증가할 것입니다. 이미 항공업계의 실업문제는 본격화 되었고, 항공업계와 관련된 관광산업, 서비스 산업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한국판 뉴딜'을 활용하여 일자리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존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다시 충족된다면 일자리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자리 형태는 국가들의 소득수준에 따라서 더 극명하게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면,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강조하는 우리나라는 ICT 관련 일자리와 친환경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미래형 일자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첨단 산업과 친환경 산업을 확대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저소득 국가들의 산업은 1차~3차 산업에 머물러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방역체계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인하여 저소득국의 산업발전 속도는 정체될지도 모릅니다.
4. 코로나19 청정 국가의 재조명
최근 뉴질랜드는 코로나19로 청정국가라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0명이라는 기록은 경이로운 결과입니다. 이처럼, 코로나19 청정 국가는 외교와 국제협력을 위한 장소로써 부각될지도 모릅니다. 스위스는 중립국가이면서, 국제기구 본부들이 위치한 국가로써 정치, 외교, 국제협력의 상징으로써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국제기구 본부를 유치하는 것은 그 나라의 외교력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정치외교의 기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국제기구 본부를 얼마나 더 많이 유치하느냐가 아니라, 코로나19로부터 얼마나 안전한 국가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K-방역'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하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사례를 적극 공유하고, 홍보하는 것처럼 코로나19 이후 국가의 정치외교 역량과 국제협력 역량은 '건강과 안전'에 방점을 찍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 코로나 청정 국가는 포스트 코로나의 외교무대가 될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5. 빅데이터의 허와 실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해외출장은 국제개발협력에 매우 치명적인 요인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업발굴과 기획을 위한 현지 타당성 조사 수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지 전문가과 관계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전달 받을 수 있지만, 부실한 자료와 부정확한 통계 데이터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타당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입니다.
어쩌면 이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빅데이터가 될지도 모릅니다. 국제개발협력에서 빅데이터는 새로운 해법처럼 나타났었습니다. 50년 이상 수행된 프로젝트로써 양적, 질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는 빅데이터로써 충분한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데이터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 개발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하여 불가능한 현지 조사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역개발에 관련된 프로젝트에서도 빅데이터가 실효성을 지닐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요를 파악해야하는 사업들은 빅데이터로써 현지의 수요를 모두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빅데이터를 활용한 조사는 사업 발굴과 기획 단계의 타당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지도 모릅니다. 혹은 반대의 결과를 만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데이터로 파악하는 것과 개발도상국 현장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것에는 여전히 큰 차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는 국제개발협력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의 허와 실을 구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6. 개발협력 일자리의 정의는 더 모호해질 것
마지막으로 개발협력의 일자리의 정의입니다. 그동안 국제개발협력 일자리는 원조기관, NGO, 국제기구의 일자리를 의미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원조 주체로써 민간기업의 등장은 개발협력 일자리의 범위를 넓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1인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등장하면서 개발협력 일자리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국제개발협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약회사들은 코로나 19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개발도상국에 진단키트를 전달하면서 간접적으로 보건의료 국제협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보건의료 국제협력은 병원, 관련 부처 및 전문가들의 영역이었지만, 코로나19는 기업들의 사업 아이템이 보건의료 국제협력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부처, 공공기관과 연구기관처럼 공공영역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발협력 일자리는 더 모호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트 코로나의 개발협력 일자리는 개발협력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써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수행하는 업무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지, 국제사회의 의제(예: SDG)에 기여하는지에 따라서 정의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SDG 홍보대사로써 활동하는 헬로키티는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헬로키티'라는 캐릭터를 홍보하는 것을 넘어서 SDG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제개발협력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헬로키티라는 캐릭터 산업은 국제개발협력과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사업분야였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활동범위와 목적을 공공의 선과 이익에 맞춘다면 그것은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격과 특징이 뚜렷하게 정의되는 공공분야를 제외한 국제개발협력 일자리는 사업의 성격과 방향에 맞추어 유연하게 정의되는 시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출처: https://twitter.com/hashtag/helloglobalgoals?lang=bg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글은 코로나19의 시대를 관찰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제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더 급격한 변화가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코로나19를 관찰하고, 생각하고,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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