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 준비 사항 5가지
국제대학원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원을 준비할 때 공통사항으로 생각되는 5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다섯 가지 중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 두가지는 필수사항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사항들은 입학 전 계획이 필요합니다. 이 계획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대학원 생활과 대학원 졸업 후에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1. 대학원 수업에 대한 이해(커리큘럼 파악하기)
대학원 입학을 준비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대학원 수업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만약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에 선배가 있다면 강의 계획서라도 미리 받아보는 요령도 필요합니다. 대학원 커리큘럼은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원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커리큘럼을 파악하는 목적은 단순합니다. 대학원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은 연구를 하는 공간으로 생각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대학원은 연구와 프로젝트(사업)을 병행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경희대 국제대학원은 국제대학원들 중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 프로젝트와 학업을 체계적으로 융합한 장소였습니다.
특히 경희대 국제대학원의 커리큘럼은 개발협력에 대한 이론뿐만 아니라 컨설팅 기법, 국제기구의 프로젝트 사례 등처럼 교과서의 지식을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 국제대학원들이 연구방법론, 국제개발협력 이론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것과 매우 다른 구성이었습니다.
게다가 커리큘럼의 구성은 대학원 입학 후 나의 학업 방향을 결정 짓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왜냐하면 석사 논문을 쓰고, 순수 학문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면 연구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국제대학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반면, 실질적인 기술과 지식, 사례를 학습하기 원한다면 이에 맞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국제대학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석사학위 2년의 방향을 설계하고,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2. 연구주제 및 관심분야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학생들로부터 국제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때 무엇이 중요한지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SOP 준비, 면접 준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전에 고민할 점은 "연구주제 및 관심분야"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은 졸업요건으로써 학위논문을 요구합니다. 물론 학위논문을 졸업요건에서 선택으로 제시하는 국제대학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위논문을 집필 여부를 떠나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전문가로써 성장하고, 일을 하겠다면 적어도 "내가 진출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이 관심분야를 연구 결과물의 한 형태인 학위논문으로 완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환경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국제개발협력에서도 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은 기후변화의 해법으로써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 점을 활용해서, 저는 국제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경희대 국제대학원의 졸업 요건으로써 석사 학위논문은 선택이었지만, 졸업 후 연구원으로 취업을 계획했기 때문에 석사학위논문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분야로 연구주제를 수립하고 석사학위논문을 집필할 수 있었던 요인은 대학원 입학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키워드와 분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학원 입학 후 지도교수님에게 해당 분야를 바탕으로 연구주제를 제안했고, 여러 번의 탈고와 수정을 거쳐서 석사학위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학사 졸업 후 탄탄한 연구주제를 가지고 지도교수를 찾아갈 수 없겠지만, 적어도 대학원 입학 전 학위논문 주제로 쓰고 싶은 키워드, 관심분야가 있다면 대학원 입학 후 학업의 방향과 졸업 후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지도교수
위의 연구주제에 핵심 결정요인은 지도교수입니다. 일반적으로 학생이 지도교수를 선택하기 보다 지도교수가 학생을 선택하는 구조가 형성되지만, 학생이 원하는 연구분야가 있다면 지도교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에게 연구분야(연구주제)는 상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대학원생을 회사의 영업사원이며, 지도교수는 파트너 회사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영업사원은 자사의 제품(연구주제)을 판매하기 위해 타사의 직원(지도교수)을 설득해야 합니다. 타사의 직원을 설득하기 위해서, 자사의 제품이 어떤 점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이 제품을 구매할 경우 어떻게 서로에게 윈-윈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서로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자사의 제품이 타사의 취약한 부분 혹은 관심을 가진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원생이 생각하는 연구주제를 교수에게 제안할 때 "이 주제로 연구하고 싶습니다."라는 말보다 "연구의 배경, 목적, 연구방법, 기대효과"를 정리해서 지도교수에게 제안한다면 내가 원하는 지도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집니다. 특히, 이 연구를 지도함으로써 지도교수의 연구범위를 확대할 수 있고, 학생은 지도교수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면서 설득하는 전략도 준비하면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도교수의 연구분야, 최근 3년간 연구실적을 조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A교수가 최근 3년간 어떤 학술지들에, 어떤 주제, 키워드로 연구논문을 게재 했는지 파악하는 것은 지도교수의 연구 관심분야와 앞으로 연구 방향을 파악하는 자료가 되어줄 겁니다.
4. 졸업 후 계획
대학원 입학준비 멘토링에서 늘 강조하는 점입니다. 대학원생도 대학원을 졸업하면 취업 준비생(취준생)이 됩니다. 저는 대학원 입학 전에는 직장인이었습니다. 하지만 풀타임 과정 입학 및 졸업 후 다시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단언컨데, 취업 준비 과정은 석사학위 이후가 더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종이 아니라면 굳이 석사학위를 가진 고학력자를 채용할 이유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기업의 경영지원부서는 석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석사학위가 있다면 전문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연구개발부서가 아닌 이상은 학위의 전문성을 활용할 기회가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국제개발협력분야의 공채기회는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그래서 국제대학원 졸업 후 석사학위를 받더라도 학위수준에 비례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도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대학원 졸업 후 방향을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계획을 설정했다면, 대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저는 국제대학원 졸업 후 박사학위를 위해 유학을 계획했었습니다. 하지만 계획은 실패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 취업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만약 박사 유학 외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고학력 백수로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대학원 졸업 후 계획은 입학 전부터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5. 학비조달 계획
대학원의 학비는 매우 비쌉니다. 국립대학이 아닌 이상 한 학기에 600만원을 학비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전공서, 논문 구입비, 식비 등을 고려하면 한 학기 지출되는 금액은 1천만원에 달합니다. 각 대학원들은 조교 장학금, 성적 장학금, 입학 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금 제도가 있습니다. 몇몇 국제대학원들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일정 수준의 성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대학원 학비 조달계획은 석사학위 2년의 학비를 조달하는 것을 넘어서 대학원 생활의 질과 공부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왜냐하면 대학원의 공부량은 학부의 공부량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학위논문까지 준비해야 한다면 24시간을 분단위로 쪼개며 공부와 연구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만약 조교 혹은 아르바이트가 필요 없는 전액 장학생으로써 입학하게 된다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조교 혹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면 나에게 주어진 공부시간은 확연하게 감소합니다. 게다가 평균 600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학비로 인한 스트레스도 대학원 공부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학원 학비를 어떤 방법으로 조달할 것이며, 이 과정이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대학원 생활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문보기(한종택 멘토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