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에도 공사와 공단이 있습니다. 공사는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 더 큰 업무영역을 차지합니다. 공단은 공익적인 목적이 주가 됩니다. 어디를 가든 수지분석, 즉 수익과 지출을 분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돈이 되는 사업을 해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첫 직장으로 지방공기업, 그 중 공단에 들어갔습니다. 대학 시절에 중등부 학원강사를 2년 이상 했습니다만,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습니다. 4대보험도 가입된 정규직이었지만 동네 학원이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운영되는 조그만 기업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퇴직금도 없었고, 제대로 된 일자리라고 생각지 않아 첫 직장이라 말씀드립니다.
시설관리공단은 체육, 문화, 환경, 교통 등 시설물을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시, 군, 구와 같은 기초자치단체 산하 기관입니다. 도나 광역시 산하 기관은 기초자치단체 산하 기관보다 급여 수준이 조금 높습니다. 1년에 한 번 전국의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기관평가를 하고 그에 따라 성과급을 줍니다. 그 금액이 광역자치단체 산하기관 연봉과 비슷한 금액으로 맞춰지는 곳이었습니다.
서류전형, 시험, 면접의 3단계 전형은 동일했습니다. 지금처럼 NCS라는 개념이 없던 때였습니다. 입사지원서에 자기소개, 지원동기 등을 적어 냈습니다. 어학시험 점수도 기준이 있어 700을 넘긴 토익성적표도 제출했습니다. 새로 생기는 기관이다보니 지원자가 꽤 많았습니다.
서류전형은 보통 내야 할 서류를 내고, 써야 할 글자수 이상을 써서 내면 보통은 합격합니다. 당시에는 인사담당부서에서 내용까지 확인하고 합격자를 발표했습니다. 시험은 행정법, 행정학, 국사, 상식, 영어 과목을 봤습니다. 당시 공무원 시험과 비슷한 문제들이었습니다.
면접에서 기억나는 것은, 세 분의 면접관 중 가운데 앉은 분의 질문이었습니다. "블루오션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경력직 직원은 다대일, 즉 지원자 한 명을 여러명의 면접관이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신입직 채용이었으므로 여러 지원자가 함께 들어갔습니다. 저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입사하면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업무에 잘 적용하겠다는 답변을 했고, 다른 질문들은 평이했습니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합격을 감지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붙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면접관 중 가운데 앉은 사람이 그 조직에서 관리자로 재직하는 분입니다. 양 옆으로는 타 기관의 직원이나 공무원, 대학 교수님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가운데 앉은 사람에게 제일 잘 보여야 합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기관 홈페이지도 들어가보고 신문 자료도 찾아보고 해야 합니다. 저는 저에 대해서만 준비했습니다. 면접에 대한 내용도 네이버 블로그 몇개만 참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했던 이유는 말을 잘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가운데 앉았던 면접관은 그 기관의 임원이었습니다. 본부장님이었고, "당신은 잘 웃어서 뽑았어."라고 첫 회식 자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면접에 임할 수 있었던 탓일 겁니다. 어떻게 그랬냐고요? 떨어지지 않고 면접까지 온 것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상도의 대학에서 합격했던 경험 덕분이었습니다. 여기서 떨어져도 이렇게 면접까지 자꾸 올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100번, 200번 입사지원서를 쓸 때도 그냥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새로 고쳐 썼고, 시험 공부도 자신 있게 준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나 광역자치단체 산하기관, 국립 공공기관이 무엇이고, 다른점이 어떤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공무원에 준하는 준공무원이 되었다는 순진한 기쁨 뿐이었습니다. 정년을 보장 받고,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비교는 불만이나 고통의 시작입니다. 그걸 모르고 들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나중에 이직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전국의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함께 숙식하며 5일간 교육을 받는 교육원에 다녀온 뒤였습니다. 동일한 시간을 들여, 같은 업무를 맡아, 비슷한 결과물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연봉이 1.5배 차이나는 또래와 알게 된 뒤였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 중 단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익숙해지고 제대로 알게 된 후에야 또 다른 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결과를 생각하고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먼저 공공기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공기관운영법'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지정하는 기관으로, 정부가 만드는 기관입니다. 제가 즐겨 사용하는 말로는 '국립 공공기관'입니다. 그럼 지방 공공기관도 있냐구요? 네 있습니다.
국립이 아니면 원래 공공기관이 아닙니다. 편의상 또는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지방 공공기관이라 부르는 것 뿐입니다. 국립 공공기관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눠집니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알고 있는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인천공항공사 등이 공기업입니다. 주로 돈과 관련되거나 정부의 업무를 대신 맡아 일하는 기관입니다. 예를 들면 도로교통공단, 국민연금공단, 기술보증기금 등이 해당합니다. 기타 공공기관은 그 외를 말합니다. 국립 박물관이나 연구 또는 기술 진흥원 같은 곳들입니다.
연봉은 아무래도 공기업이 높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공공기관이 동일한 연봉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기타 공공기관 중에도 상당한 연봉을 주는 곳도 많습니다. 어떤 기관이 크게 발전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들이거나 하면 기타 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 또는 공기업으로 재분류 되기도 합니다.
지방 공공기관은 지방정부에서 설립합니다. 도나 광역시, 시, 군, 구에서 재원을 마련하고 법이 아니라 조례를 근거로 설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00시00공단, 00도00재단 등 그 지역명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 공공기관들도 각각 연봉 수준이 많이 다릅니다.
언뜻 지방 공공기관보다 국립 공공기관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에나 장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연봉을 말씀드리면 지방 공공기관 중에도 국립 공공기관보다 월등히 높은 연봉을 주는 곳도 많습니다. 또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이유로 국립 공공기관은 지방혁신도시로 이전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방 공공기관은 어차피 그 지방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만약 한다해도 출퇴근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불문율은 아닙니다. 저는 경기도 산하의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원래 근무지와 3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기관에 경악한 적이 있습니다.
어디에 입사하든 '전보'라는 제도가 있어, 부서를 옮기며 근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역마다 부서가 흩어져 있어, 옮겨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립공원이나 한국전력은 전국에 있습니다. 그 사업장을 옮겨다녀야 하는 업무라면 200km, 300km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가야할 때도 생깁니다.
그래서 앞으로 다닐 직장을 선택할 때 고려할 점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저의 경험을 말씀드리며 여러분이 참고할 정보들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챕터의 마지막은 '산하'기관이 무엇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환경부 산하기관에 대비되는 말은 환경부 소속기관입니다. 인천에 가면 '국립생물자원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생물과 관련된 연구, 보존, 교육, 전시를 하는 박물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곳은 소속기관입니다. 환경부에 소속되어 있다는 말은, 공무원들이 주로 근무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경북 상주에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목포에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도 있습니다. 이들은 "산하"기관입니다. 환경부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 법인, 즉 민간 조직입니다. 공무원이 일하는 인천의 국립생물자원관과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그 직원들은 공무원이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는 공공기관인 것입니다.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나, 관광지로 찾아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직장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충남 서천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도 있습니다. 이곳은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입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이라는 말도 동일하게 공무원 조직이 아닌 것을 말합니다. 광주시 산하기관은 광주시에서 설립한 민간 조직입니다. 공무원 조직이 아니지만 완전한 사기업(민간 기업)도 아닙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망하지 않는 곳이지요.
'지방출자출연기관'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자본금을 내거나) 출연(증여나 재산을 주는)한 기관입니다. 그래서 지방공기업과 다르고, 저는 앞으로 국립 공공기관(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지방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지방출자출연기관)으로 구분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