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결과를 찾아라
과정이 올바라야 하고, 과정 안에 답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수학 공부를 하면 답안지는 절대 보면 안되고 어떻게든 정답에 이르는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지름길이 있는데도 큰 길로만 가야 한다는 어리석은 믿음이었습니다. 1부터 시작해서 10이라는 숫자에 도달해야 한다고 해봅시다. 1, 2, 3, … 9. 10처럼 하나씩 차근차근 밟아가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1, 3, 5, 7, 9, 10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10에서부터 거꾸로 10, 5, 1로 질러가는 길이 있는지 살펴보고 도달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한 발자국씩 디디며 갔습니다. 그렇게 가야 하는 이유는 그 과정 속에서 배움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1에서 100까지 가야할 때 차근차근 밟아온 길이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10에서부터 거꾸로 생각하고 가장 빠른 길을 택하더군요. 습관의 무서운 점은, 조금 불편해도 해오던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생각지 못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탕수육’ 게임을 예로 들어봅시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한 사람이 먼저 “탕” 하면 다른 사람이 “수”, 다시 앞사람이 “육”, 다음 사람이 “탕” 하며 이어가는 게임입니다. 순발력 있게 주고 받으며 탕-수-육이라는 말을 완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지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저는 설명한 그대로 내 앞사람이 말하는 걸 듣고 다음 단어를 말합니다. 저만 이렇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잘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먼저 시작하면 “탕,육,수”만 반복합니다. 내가 두번째면 “수,탕,육”만 반복하면 됩니다. “배스킨라빈스 31” 게임도 그렇습니다. 둘이서 숫자를 3개까지만 부르고, 마지막에 31을 말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내가 “1,2,3” 하면 상대방이 “4,5”, 내가 다시 “6” , “6,7”, “6,7,8” 중에 말할 수 있습니다. 31을 상대방이 말하면 되는겁니다. 그러면 30을 먼저 말해야 합니다. 30을 확정적으로 내가 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26을 선점하면 됩니다. 내가 26으로 끝내고, 상대방이 27을 외치면 나는 “28,29,30”이라 말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27,28” 하면 나는 “29,30”, 상대방이 “27”하면 나는 “28,29,30”을 외칩니다. 상대방은 반드시 31을 외치고 지게 되어 있습니다. 30을 말하기 위해 나는 26으로 끝냅니다. 26을 말하기 위해서는 22로 끝내야 합니다. 그렇게 4씩 차감해서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2” 또는 “6”을 말하고 4의 간격을 유지하면 승리합니다. 두가지 단순한 게임에서처럼, 결과를 먼저 생각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때 그때 상대방의 대처를 보고 아무 생각없이 내 차례를 보내면 안됩니다. 이직을 하면서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옮겨가고 싶은 직장에 지인과 함께 시험 준비를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입사시험은 ‘in basket’, 우리말로 ‘서류함 기법’이었습니다. 서류함 기법은 직장에서 관리자의 서류함을 열어보았을 때, 보고서, 이메일, 초청장, 기타 여러 서류들이 들어있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거나, 메일에 답장을 보내야 하거나, 미완성 보고서를 끝내야 하는 경우들이 있을 것입니다. 상황을 가정한 서류를 보고,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정해진 시간 안에 답변으로 작성하는 시험이지요. 지인과 나는 이 시험이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공부할 수 있는 채널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공무원 중간관리자 승진 시험 형태를 따온 것이었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이 시험을 대비하는 방식에서 나와 지인은 달랐습니다. 저는 ‘서류함 기법’, ‘in basket’ 이라는 단어를 통해 어떤 시험인지를 알아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키워드를 확장한 것도 ‘기출’, ‘문제’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뽑아낸 자료들을 공부하며 갈피를 잡고 있을 때 나의 지인은 ‘서류함 기법 기출 정답’ 또는 ‘in basket 답안지’라는 검색어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시험장에서 나와, 저는 나름대로 답안을 잘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인은 본인이 구글링으로 찾아낸 문제가 그대로 나왔다며, 이미 모범답안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분명 우리 둘 다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공부한걸까요. 제가 알아낸 지식들은 지인도 이미 공부하고 거기에 나아가 채점 포인트에 해설, 모범답안까지 공부하고 있던 것입니다. 다행히 저도 지인도 시험을 통과하고 면접에서도 합격해서 나란히 같은 회사에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좋았으나 인생의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수학 공부도 만찬가지였습니다. 답안지는 채점할 때만 들여다보았고, 문제 풀이에 대한 해설을 기피했습니다. 봐선 안되는 걸 보는 느낌이었던 나보다, 어떻게 답을 도출하는지 공부한 사람이 더 확신을 가지고 빠르게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좀 더 들어가면, 처음부터 답안지를 보고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공부했다면 수학공부도 쉬웠을 것 같습니다. 문제집 한 권은 답안지로 공부하고, 두번째, 세번째 문제집을 해설대로 풀이했다면 수학실력은 더 빠르게 성장했을 것입니다. 답안지를 보면 혼내는 부모님과 선생님은 숙제가 하기 싫어, 아무 의미 없이 답안지를 베끼는 경우를 경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거의 무의식에 새긴 것은 “답안지를 보는 것은 나쁘다.”였던 것입니다. 취직을 하든 사업을 하든 답안지, 해설은 분명 존재합니다. 앞서간 그들의 책과 강연, 유튜브가 있지 않습니까. 무언가를 달성하기까지 겪은 시행착오도 소중한 과정이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의 해설을 내것으로 만들면 되는 거였습니다. 공공기관에 입사하거나 이직하는 것을 설명하자면, 이또한 같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왜,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부터 그렇습니다. 선배에게 직접 물어보고,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 됩니다. 시험 공부도 그렇고 면접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수학 답안지를 드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국사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세계사 문제풀이는 도움이 됩니다. 사업가가 되거나 투자를 준비하는 분들께는 이 책이 도움될 것이 없습니다. 어떤 직장이 좋은지를 고민하는 분들께 드리고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께 답안지를 드리고자 합니다. 공공기관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인 분들께 필요한 내용일 것입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분이나 일반기업을 목표로 하는 분들께도 도움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공공기관이 어떤 곳인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무원의 길과 사기업과 다른점을 설명할 것입니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어떤 곳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연봉이 얼마이고 남들은 잘 모르는 입사기회에 대해서도 공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을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실패와 합격의 경험, 크나큰 도움이 되었던 유튜브 채널과 깨달음도 여러분께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