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4화] SW품질쟁이의 살아온 이야기 (병아리 > 강사가되다)
내 나이 30이 되던해.
삼성종합기술원에 QA연구원으로 파견업무를 가게 됐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그룹장님의 요청에 SW테스팅 강의를 준비하게 됐다.
강의를 들어보긴 했으나, 누구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내 생에 없을것 같던 순간이었다.
그룹장 : " 성민씨, 걱정하지마. 잘할거야"
이 한마디에 덜컥.. 해보겠다고 말해버렸다.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내가 어떻게 날고기는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삼성기술원 임직원들 대상으로 강의를 한단 말이냐.
나는 아직 초대졸에, 파견직 직원일 뿐인데 말이다.
깊은 한숨을 여러번 내쉬고, 우선 그동안 자격증 공부했던 책자와 자료를 다시 들춰보기 시작했다.
ISTQB 실라버스와 개발자도 알야할 테스팅실무 책을 꼼꼼히 살피며, 강의 자료를 수집하기로 했다.
이론 중심으로만 준비하기엔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서문에 약간의 아이스브레킹 타임과 중간중간에 전자 프로젝트 살무사례를 곁들여서,
이론책에 없는 내용들을 접목시키기로 했다.
그렇게 일주일만에 교재완성.
표지도 템플릿 양식도 엉망이었다.
지금 다시 보면 어떻게 이런 PPT자료로 강의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창피한 수준이었다.
그런건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시작했다.
드디어 첫강의 (나의 첫데뷔!)가 시작되는 날.
연구소 대강당에 50여명 가량의 전자 임직원이 들어왔다.
그중엔 머리가 희끗한 누가봐도 '아~ 이분은 분명 임원이상일거야' 라고 생각할 분이 앉아 있었다.
강의 시작도하기전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나의 첫 데뷔작을 선보이게 되었다.
첫 슬라이드에서 이번 학습의 개요와 목표등을 설명했다.
예상한것처럼 다들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서늘했다.
'저 어린놈이 우리한테 뭘 알려준다는거야? 도대체..'
긴장의 끈은 점점 올라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난 내 할말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아.. 소프트웨어테스팅의 개요는 이렇고요.
그래서 우리는 SW테스팅에 대한 품질을 높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리스크가 발생하게 되지요..'
누가봐도 너무 뻔한 내용에, 다들 지루함을 감추지 못해하였다.
서문에 아이스브레이킹을 준비했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 아이스브레이킹 까지는 아니다.
당시 유명 코미디언들이 했던 농담 한마디를 준비한것이다.
(PPT자료에 써놓은게 아닌, 머리속에 대사를 외우고 있었다)
정말 누가들어도 썩소를 날리수 밖에 없는 시덥지 않은 농담한마디를 날렸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져갔다. 망한것이다.
그때 나도 모르게 모든 걸 내려놔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미친척하고 다음과 같이 한마디를 날렸다.
' 아니, 웃자고 한말인데, 이렇게 다들 죽자고 달려드시면... '
상상이 되는가?
내 바로 앞에 전자 삼성전자 임원이 앉아 있었고, 그아래 그룹장, 수석엔지니어등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이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으로 (의심이 섞인) 나를 노려 보고 있는 와중에,
정말 최악의 멘트를 날린게 아닌가.
그때다!
2~3초의 정적이 있은 직후 어디선가 키드키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교육장 안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몇초간 웃어주었다.
그 순간이 너무 짜릿하여,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고 기억에 남는다.
드디어, 그 시덥지 않은 멘트로 그들의 마음을 녹인것이다.
그렇게 그 시간은 나의 시간이 되었다.
그들은 나의 말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재미없는 이론을 말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를 기울여 주었다.
두시간 남짓, 경우 나의 첫 강의를 마쳤다.
모두 박수로 나를 격려해주었다.
놀라운건 임원분께서 다가와 나에게 이름과 소속을 물으시고, 명함을 달라고 하셨다.
이 대목에서 이후, 드라마틱하게 삼성전자로 스카웃되서 승승장구 하는 것을 상상했을테지만, 그런일은 없었다.
하지만 더 귀한 것을 얻게된 순간이었다.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이다. 바로 '강의' 였던 것이다.
이때 난 다짐했다.
' 여기 계신 분들 처럼 엘리트가 될 수 없더라도, 흉내라도 내자.'
당장,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방통대 학사를 어렵사리 취득하고,
바로 강원대학교 정보통신학과로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다음 얘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진행된다. 다음편 [ 석사과 뭣이 중헌디 ]
기술연구소 SW품질관리 및 SW QA사업을 기획 및 운영하고있습니다.
# 자격증 : PMP, CISA, ITIL, ISTQB F/L, SPICE, IT PMO, BS10012
# 기업 인증 경험 : ISO/IEC20000 (법원, 기상청 등), TMMi (LIG Nex1)
# 교육 강의 경험 : LG, 삼성전자, 한화시스템, 홍익대학교, 네오위즈 등 다수 SW품질 관련 강의 출강